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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진입로가 마을 갈라놔… 노인정서 통장 지명 불문율
영천의 남쪽 관문 봉동
2012년 11월 14일(수) 09:40 [영천시민신문]
 

↑↑ 김태우 이장이 풍호정 누마루에 걸터앉아 서 씨의 후손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마을의 면적만큼이나 넓고 시원하게 뚫린 왕복6차선 경북고속도로 진입로가 이 마을 양쪽으로 갈라놓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폭 4m가량의 지하 통로박스가 갈라진 이 마을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어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된다.
봉동은 동쪽 채약산에서 흘러내린 북안천변에 위치해 있다. 서쪽은 청제평을 사이에 두고 도남동과 구분 짓고 남쪽은 개봉산(開奉山) 일명 개방산이 낮게 감싸고 있다. 또 북쪽은 북안천이 동서로 흘러 작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면적 2.27㎢의 봉동은 인구 253명(남139, 여114)의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봉동의 옛 이름은 봉강(奉岡)·봉곡·봉동(鳳洞)·예봉·봉골(奉谷) 으로 불려 졌다. 세종조에 성균관 학유를 지낸 서도(徐渡)가 이곳에 이주하여 살면서 예를 숭상함이 지극하다하여 예봉 혹은 봉강이라 불려 졌다한다. 또 고종 3년에는 서유대(徐惟岱)가 낙향하여 이곳에 정자를 지여 유생들을 가르쳤다. 정자 옆 우거진 대나무 숲에서 아침마다 봉황새가 울고 갔다하여 이후부터 봉동이라 불려졌다. 지금은 대나무 숲 흔적은 찾아볼 길 없으며 영천시 봉동 285번지에 당시의 정자인 ‘풍호정’(風乎亭)이 겨우 쓰러져가는 몸을 지탱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 건축물이 세상의 고난을 이기지 못해 소실되거나 재건되어 원래의 재 모습을 찾기 어려운 반면 이 정자는 풍상의 세월을 홀로 지탱하고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옛 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이 정자를 지키기 위해 후손(72·서종훈)이 애를 쓰고는 있으나 이 정자의 마당 가운데 홀로 서 있는 300년 된 회나무만이 그를 반기고 있을 뿐이다. 김대우 12통장은 “아직도 우리 마을은 영천에서 유일하게 통장선출을 하지 않는다. 노인정에서 만장일치로 지명하고 지명된 통장은 4년을 넘기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내려오고 있다.”며 예를 중시하고 있음을 내 비추었다. 그 외에도 이 마을에는 신당이 있었다는 ‘신당골’, 뒷일이라는 못이 있었다는 ‘뒷삐알’, 마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상여를 눈물을 흘려 움직이게 하여 정을 두고 돌아가는 길이라 지칭된 ‘정모랭이’ 등 수많은 옛 흔적이 남아있는 마을이다. 또 마을 앞 북안천 한 가운데 명주실 한 꾸러미를 드리워도 닿지 않는 깊은 우물을 파 두었다가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수백의 오랑캐를 수장시켰다는 ‘이(夷)웅덩이와 어녀’라는 전설도 봉동 마을의 이색적인 이야기 꺼리가 되고 있다.
이런 봉동 마을도 역시 문명의 삽질에는 고스란히 몸체를 맡기고 있다. 도남공단에 이 마을의 서남쪽 어깨를 내어주어 (주)신영, 세원, 화진, 청아냉동 등 굵직한 기업체들이 호령하고 있으며 또 머지않아 채신동 일반산업단지 진입을 위한 도시계획도로에 동쪽의 허리를 내주어야 할 형편이다. 여기다가 봉동의 가슴에 속하는 노른자위에는 지난 6월부터 (주)신원건설이 106㎡(약33평)와 81㎡(약25평)의 ‘가와인’ 아파트 480세대를 건립해 오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굉음을 울리고 있다. 이 때문에 봉동은 많은 몸체를 문명에 내 맡긴 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자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일랑(69)씨는 “세월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고 말한다. 원래 행정적으로 예곡면에 속해있던 봉동은 1914년 개편과 함께 주막동 일부와 합해 영천면에 귀속되어 있다가 81년 영천읍이 시 승격 되면서 새로운 이름인 봉작동으로 불려 졌다가 현재는 남부동에 예속돼 다시 행정동인 봉동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최용석 시민기자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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