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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유적, 화산면 고인돌군 답사
대기ㆍ암기 지역, 고인돌 상징하는 지명
일정한 간격 두고 일직선으로 정렬 돼
2015년 01월 23일(금) 10:38 850호 [영천시민신문]
 
고인돌은 지상이나 지하의 무덤주위에 거대한 덮개돌을 덮은 선사시대 거석문화의 하나이다. 고인돌은 보통 지배층의 무덤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묘표석이나 제단으로 쓰이기도 하고 토테미즘적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등 인간의 삶과 매우 가깝고 밀접하다.
금호강 원류지점인 영천에서도 전역에 걸쳐 300여기의 고인돌이 발견되고 있는데 수몰로 개발된 자양면 용산리 고인돌군, 대창면 직천ㆍ운천리 고인돌군, 고경면 용전리 고인돌군, 임고면 양평리ㆍ북안면 명주리ㆍ신대리 고인돌이 알려져 있다.
몇일 전 화산면 가상리 주민으로부터 화산면 대기리와 암기리에 10여기에 달하는 고인돌이 있으며 이들이 파손되거나 땅에 묻히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화산면 암기리의 논 한가운데 있는 고인돌 1기는 영천시에서 2001년 발간한 ‘문화유적분포지도’에도 지석묘로 표기되어 있으나 그 외에 10여기에 달하는 고인돌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이에 제보자인 권씨를 따라 화산면의 고인돌을 찾는 답사를 시작했다. 답사는 장성수 영천향토사연구회 회원이 동행했다.

▲ 영천의 고인돌
고인돌의 형식은 탁자식, 기반식, 개석식 등으로 구분된다. 탁자식은 마치 책상과 같은 모양을 한 흔히 알고 있는 형태의 고인돌이다. 기반식은 무덤방을 지하에 만들고 고임돌을 놓은 후 다시 돌을 덮어 마치 바둑판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바둑판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개석식은 고임돌이 없는 기반식으로 무지석식이라고도 한다.
영천을 포함한 영남지방의 고인돌은 기반식(바둑판식)으로 동그란 형태와 각 면들이 반듯하게 잘려진 직육면체의 외형을 하고 있다. 보통 평지에 1기만 존재하고 있거나 무리를 이룰 때는 얼마간 떨어져 독립적인 위치에 있다.

▲ 고인돌을 암시하는 지명
화산면의 고인돌은 대기리와 암기리 일대에 분포하고 있다. 바위암(岩), 터기(基)자를 쓰는 암기리와 선돌배기(立石), 이배이(立岩)로 불리는 자연마을은 이곳이 고인돌이 있었던 지역임을 암시해 주는 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대에 분포한 10여기의 고인돌은 아주 특징적인 면이 있는데 그것은 고인돌이 약 150m를 간격으로 떨어져 있으며 그 방향이 일직선으로 정렬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고인돌의 위치는 추정 1기, 유실된 3기를 포함하여 정확히 일직선으로 15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총 9기, 그외 3기가 있음을 당일 답사를 통해 확인했다.

▲ 화산면 고인돌을 찾아
1기는 대기리 자연마을인 선돌배기(입석) 입구, 버스정류장 좌측편에 있었다. 높이 길이 두께순으로 약 1.3m, 1m, 40cm 크기의 입석으로 앞면이 평평하며 예전에는 입석 앞쪽으로 사람들이 쉬어가던 넓은 바위가 하나 더 있었으나 현재는 길 밑에 깔려버렸다고 전해진다.
2기는 1기에서 북쪽으로 150m 떨어진 대기리 농가의 뒷마당에 있었다. 길이 너비 높이 순으로 60cm, 50cm, 40cm 정도의 크기로 편편한 직사각의 형태였다. 그 농가 바로 옆 논두렁에도 2.2m, 1.2m, 1m 정도의 큰 고인돌이 누운 형태로 놓여 있었다.
3기는 2기에서 역시 같은 방향으로 150m 떨어진 대기리의 하천옆에 있었다고 하는데 얼마 전 하천정비공사를 하다가 포크레인으로 부숴 축대를 쌓는 돌로 써버렸다고 한다.
가상리 주민이 본지에 제보를 하게 된 이유가 바로 공사 중 훼손으로 흔적조차 없어진 이 고인돌 때문이었다. 주민은 “공사를 하던 측에서도 선사시대 유물인 것을 알았으면 흔한 돌처럼 깨서 제방을 축조하는데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일대의 고인돌이 이처럼 훼손되거나 사라질지 모르니 위치라도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제보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4기 역시 150m 떨어진 대기리의 하천가에 3개가 있었는데 그 중 제일 규모가 큰 고인돌의 규모가 2.5m 2m 1m에 달했다. 주민들은 이 바위를 탕건바위라고 불렀다 한다. 그런데 그곳에는 농사용 부자재와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어 안타까움이 일었다.
5기는 역시 150m 떨어진 농지에 있었다고 하는데 몇해 전 농사짓는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땅을 파고 묻어버렸다고 한다.
6기는 상신기(임기를 옛날에 신기라 불렀다고 한다.) 마을 신기솔밭 근처의 대추밭에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이는 단지 추정에 불과한 주장이다.
7기는 암기리 신기솔밭 옆 야산에 있었는데 2m, 1m, 1.8m의 거대한 고인돌로 상판에는 작은 홈이 군데군데 파여 있었다. 주변에도 부정형의 바위 2기가 있었다.
8기는 암기리 풍영정 권응도의 후손 권영태씨의 논 한가운데 있었다. 2.5m 2.1m 1.7m 정도의 거대하고 운치와 풍모가 있는 고인돌로 옛부터 이 바위 때문에 집안이 잘된다는 평판이 있어 농사짓는데 불편해도 바위를 잘 보관해왔다고 한다. 일대의 고인돌 중 이 고인돌만이 ‘문화유적분포지도’에 표기되어 있다.
9기는 8기로부터 150m 떨어진 암기리 옛 방앗간 집 옆에 있었다고 하나 30여년 전 부숴 버렸다고 한다.

↑↑ 대기리 선돌배기 입구의 입석
ⓒ 영천시민뉴스

↑↑ 대리기 농가 안 고인돌
ⓒ 영천시민뉴스

↑↑ 공사 중 고인돌을 축대로 썼다는 하천
ⓒ 영천시민뉴스

↑↑ 탕건바위라고 불리는 대기리 고인돌
ⓒ 영천시민뉴스
▲ 이배이 마을의 입석
대기리와 암기리 일대의 고인돌 9기중 추정 1기, 유실 3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고인돌이 150m를 간격으로 일직선상으로 놓여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암기리 고인돌에서 약 400m 떨어진 2기의 입석을 답사했는데 1기는 일대 산구릉에, 1기는 밭두렁에 마치 표지석처럼 서 있었다. 높이 50cm 길이 30cm 두께 10cm 가량으로 두 개의 크기가 엇비슷했다.
또 화산면 귀호리의 과수원에서 길이 70cm 너비 70cm 높이 50cm 가량의 정사각형 고인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포크레인 이빨자국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과수원 중심에 있던 것을 최근 가쪽으로 옮긴 것 같았다.
가상리 별별마을 앞 삼부천에도 고인돌로 보이는 1기의 바위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제방축조 공사시 깨부숴 축조하는 돌로 사용했다고 한다.

↑↑ 신기솔밭 옆 야산의 고인돌
ⓒ 영천시민뉴스

↑↑ 이배이 마을의 입석1
ⓒ 영천시민뉴스

↑↑ 이배이 마을의 입석2
ⓒ 영천시민뉴스

↑↑ 귀호리 과수원에 있는 고인돌
ⓒ 영천시민뉴스
▲ 고인돌의 전설
신기하게도 150m 간격을 두고 일직선으로 놓인 이 지역 고인돌에는 몇가지 전설이 전해지는데 그 중 하나는 옛날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돌을 채찍질해 가다가 두 개의 돌을 마저 가져가지 못해 남아있다는 내용이다.
또 신령한 할머니가 화산산성에 성을 쌓는다고 가져가다가 다 못가져가고 남겨두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 중요한 선시시대 유적 고인돌
영천에는 강화도의 120여기 고인돌보다 훨씬 많은 300여기의 고인돌이 있다. 그러나 강화와 영천은 고인돌에 대한 인식차이가 엄청나다. 강화도는 지난 2000년 고인돌의 세계문화유산 지정과 함께 고인돌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또 관광자원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물론 강화의 고인돌은 그 규모나 형태가 남다른 면이 있다. 하지만 영천의 고인돌도 이에 못지않은 관광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영천에는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고인돌이 1기도 없다.
신라와 조선시대의 유물ㆍ유적도 중요하지만 선사시대의 유물인 고인돌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며 우리의 장묘문화를 이해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고인돌이 세인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사이 무지와 무분별 한 개발로 인해 많은 훼손이 일어나고 있다. 고인돌 훼손은 화산지역 뿐만 아니라 북안 등 영천 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짐작된다. 문헌적 사료는 없으나 선사시대의 귀중한 유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답사에 동행한 장성수 영천향토사연구회 회원은 “유물이라는 인식이 없는 한 훼손이나 파손은 계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고인돌 주변에 유물 표기를 하거나 일정 지역에 옮겨 공원을 조성한다면 문화재 보존과 관광자원의 확보를 한꺼번에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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