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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문경 관산지관에는 통신사 숨결이 남아있다
3회:고단한 통신사의 행렬… 힘겨운 문경새재
2015년 08월 25일(화) 10:18 [영천시민신문]
 
말발굽 빠지는 험난한 새재길
물목서책 교인식 가진 교귀정
사행단 쉬던 용추계곡 바위
짐승과 도적 피해가던 견탄원
사행의 숙박장소 문경객관
인부와 말을 제공한 유곡역

↑↑ 조선통신사 사행길에 위치한 문경새재의 교귀정
ⓒ 영천시민뉴스
조령관문을 기준으로 북쪽은 충북 충주, 남쪽은 경북 문경이다.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찾아 충주에 이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26일 문경으로 향했다.
1719년과 1763년 사행록에 의하면 충주를 지나고 조령을 넘어 문경새재길을 걸을 때 비가 내려 말발굽이 빠져 고생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산책로가 잘 만들어졌지만 이 부드러운 흙이 당시 얼마나 질퍽거리고 험했을지 감히 짐작해본다. 먼저 입구에 자리잡은 옛길박물관에 들러 문경문화관광해설사 박순자(56)씨로부터 조선통신사와 옛길의 흔적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들을 수 있었는데 사행로 가운데 옛길 그대로를 가장 많이 보존하고 있는 새재길이라고 한다.
30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임에도 맨발산책 혹은 등산차림으로 새재길을 걷고 있는 관광객이 많았다.
당시의 사행단은 조령을 넘어 새재길을 내려왔겠지만 우리는 지리적 위치상 반대로 올라 영남 제1관인 주흘관 입구에서 20분 남짓 걸어 교귀정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동반해 준 김영순(51)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으로는 “문경현감 신승명이 건립하고 김종직이 이름을 붙인 교귀정(交龜亭)은 신·구 경상감사가 관인과 인수인계물목을 기록한 서책을 서로 주고받는 교인식을 가진 곳이다.”며 “지금 건물은 1999년 복원된 것이다.”고 한다. 교귀정 옆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 고목은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모든 역사를 다 알고 있으리라.
1763년 사행단의 정사 조엄과 1881년 신사유람단의 이헌영이 사행도중 이곳에 올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교귀정 벽에 1748년 사행의 정사 홍계희의 시판이 걸려있고 조엄은 그 시를 차운해 적기도 했다. 교귀정 바로 아래 계곡에서 시원한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세차게 나는데 등반객들이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며 간식을 즐기고 있는 용추계곡이다. 새재를 걸어넘어온 고단한 사행단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거나 휴식을 취했다고 추측한다. 탐방취재에 동반한 전민욱 영천문화관광해설사는 “사행록에는 교귀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만약 당시에 정자가 있었다면 양반들이 계곡에서 쉬어가지는 않았을 거다.”라 했다.
계곡절벽에 우거진 나무숲 사이로 ‘龍楸(용추)’라는 두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있어 신비로움을 더했다.
용추폭포를 보고 다시 올라간 길을 되돌아 내려오며 주흘관에 당도하기 전, 왼쪽 성벽 위에 위치한 새재 성황당에 들렀다. 오색줄을 두르고 오랜세월을 지켜온 당산나무가 산쪽으로 난 가파른 계단을 따라 여러 그루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안내표지판에는 ‘성황당 보수시 발견된 상량문에 의하면 제1관문의 축성과 비슷한 시기인 1700년경에 건립했고 1844년에 중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며 ‘조선시대 명신인 최명길(1586~1647)이 새재길을 넘을때 성황당 여신을 만나 후에 나라를 구했다는 전설’에 관해 적혀있었다.
다음 행선지인 견탄원(犬灘院)의 위치를 관광해설사들에게 물었더니 남은 흔적이 없다며 대략적인 마을위치만 알려준다. 호계현의 북쪽으로 추정하며 가장 험난한 산속에 건립되어 통행하는 여행객들에게 숙박의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짐승이나 도적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었고, 하천의 하류로 나루의 하나인 견탄진이 있었던 곳이라 한다. 견탄1리 회관으로 가서 마을어르신들에게 물어보아도 그것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오랜 옛날에 단지 배가 이곳까지 물자를 수송했었다고만 했다.

↑↑ 조선통신사가 쉬어간 관산지관 앞에서 전민욱 문화해설사와 박재범 기획자가 미소짓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마을 일대만 돌아보고 문경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관아, 사행의 숙박장소였던 문경객관인 ‘관산지관(冠山之館)’을 찾았다. 이곳은 문경읍 상리에 소재한 문경서중학교내에 자리잡고 있었다. 현대식 학교건물 바로 옆에 나란히 서있는 객관의 모습이 부조화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학교의 학생들에게는 산교육이 되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면에 관산지관이라는 현판이 큼직하게 걸려있고 건물에 대한 건립과 용도에 대해 확실한 기록은 전하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세워진 문경현의 객사로 전해지고 있다. 장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중앙 3칸은 고설각을 설치하고 양쪽 2칸은 빈객의 침소로 마련된 것이었으나 우익사는 철거되었다고 안내하고 있다. 조선통신사행은 이곳에서 짐을 풀고 밤을 보내며 하루의 노고를 위로받았다.
문경을 떠난 사행은 유곡역으로 행했다. 당시 문경현에서 남쪽으로 40리길 떨어진 유곡역은 영남에서 서울로 갈 때 혹은 반대일때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라 조선전기의 문신인 홍귀달 선생은 이곳을 ‘영남의 목구멍’이라 비유했다고 한다. 유곡역 책임자는 종6품 찰방이고 관할 역이 18곳이나 되었으니 꽤 규모큰 역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경에서 영천까지, 혹은 대구에서 안보까지 필요한 인부와 말을 제공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유곡길 점촌북초등학교앞 화단에 비석 10여개가 줄지어 정비되어 있다. 암행어사 박문수 불망비부터 찰방비, 관찰사 선정비 등이다. 비석들을 둘러보고 예천군 용궁으로 향했다.

박순하 시민기자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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