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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고마진쟈에서 1300년전 고구려 느끼다
2016년 09월 12일(월) 11:34 [영천시민신문]
 

↑↑ 박정석 (영천문협 회원)
ⓒ 영천시민뉴스
벚꽃이 만개한 도심의 공원에서 봄의 향기가 더욱 가득한 야외로 나가 보고 싶었다. 20년 넘게 일본에 살면서 우리 민족의 일본속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 보고 싶었다. 연어의 환 고향처럼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시대를 역류해 가보고 싶었다. 약 20여 년 전 민단 근무당시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홀로 다시 찾을 줄이야. 도쿄에서 굽이굽이 산골짝 50여 킬로에 있는 사이타마겐 고마진쟈!
카나비가 가까워지자 각종 표지판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지역 전체가 한민족의 후손임을 나타내는 고려라는 명칭이 역, 우체국, 학교 등에 사용되고 있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일본 속의 고대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듯 했다.
길가의 안내판 또한 이채롭다. 출세와 개운을 위한 고마진쟈라 적혀있다. 올해는 나의 화두 역시 개혁이 아니던가. 올해는 나의 화두 역시 개혁이 아니던가. 어느덧 진쟈 주차장 도로변이다. 간밤의 봄비가 꽃비되어 떨어져 천년 지난 후손의 방문에 사뿐히 꽃길을 내어주며 즈려밟고 가라고 한다. 진쟈 정문 앞에 들어서니 과연 수많은 정계 인사와 한국의 대사들까지 유명 인사가 다녀간 나무로 된 이름표가 가지런히 걸려있다. 다녀간 정치인 중에는 개운(후에 총리대신 등 최고위직으로 출세를 한 사람 등)한사람이 많다하여 널리 소문이 난 진쟈란다. 그럼, 나도 ?
조용히 본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먼 옛날 흘러간 역사가 밀려온다. 광활한 대륙을 향한 호랑이의 포효하는 목소리는 어디 갔나. 나당 연합군의 공격에 고구려의 전세는 기울어가고 내분이 깊어만 가던 때 왕족의 약광 장군은 일본에 구원병을 청하고 목숨을 연명하고자 나침판도 없이 뱃머리를 동으로 하고 희망 찾아 만리길을 떠났다고 한다. 멀고도 먼 뱃길을 목숨을 건 사투로 도착하였으나 일본은 출병을 거절한다.
당시 일본은 천황의 혈통으로 이어진 백제의 멸망을 막기 위하여 엄청난 전쟁 물자를 소진한 때였기에 억장이 무너지는 청천벽력 같은 거절이었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었다.
돌아가지 못하는 한은 장승이 되었나. 고마진쟈 앞도 고마역 앞도 두 눈 크게 뜨고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토속적 수호신앙이 위엄을 갖추어 자리하고 있다. 당시 돌아가지 못한 고려 왕족에게 일본 정부는 흩어져 있던 이 민족 1800여명을 모아 고려촌 형성을 지원 하였다 한다. 어느덧 1300년을 헤아리는 선조들의 숨결이 아직도 답답한 가슴을 헐떡이고 있는듯 보인다. 진쟈 안으로 들어가니 300년 묵은 벚꽃이 300년 만에 나를 보는 양 반가운 웃음 꽃 활들짝이다.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옮기니 마음이 경건해져 온다. 본당 앞, 구천을 맴돌고 있을지도 모를 조상의 영혼에게 평안하시라며 코트 깊숙이 넣어둔 지갑을 꺼낸다. 그동안 많은 진쟈에서 형식적으로 몇백엔을 꺼내어 땡그랑하며 던지던 습관을 오늘은 접는다. 그리고 마치 조상님께 봉양하듯 1000엔을 꺼내어 나무함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그 지폐가 떨어지지 않고 나를 쳐다본다. 적은가? 마치 처녀가 쳐다보는 듯 부끄러워 빨리 들어가라고 입안에 공기를 모아 불어 넣었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아서 선조님께서 후손을 더 보고 싶어하는 것이라 믿으며 조용히 합장하고 조국의 안녕을 빌며 예를 올렸다. 돌아나오니 어느 진쟈와 마찬가지로 고마진쟈 이름으로 교통안전, 승리 등등의 각종 기념품 판매대가 또 다시 나의 지갑을 노크한다. 나 어찌 선조님들께 쨘돌이가 되리. 몇몇 상품을 구입한 후 경내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1300년 고구려 역사의 냄새를 맡았다. 역사는 말한다. 나약한 자에게는 설움만 있노라고.
오늘의 잿빛 하늘은, 만주 벌판을 휘저었던 용맹한 말발굽의 고구려도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하늘조차 지켜줄 수 없다고 말하는 듯 어둡기만 하다. 다시 한번 1300년 전의 오늘의 조국을 보러 북녘 하늘을 쳐다보았다. 역사를 느끼며 돌아 나올 때 진쟈 입구의 화려한 벚꽃은 내 조국의 앞날처럼 밝아 보였다. 봉긋 봉긋 웃는 모습이 내일의 내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정 석 (영천문협 회원)
영천시 화남면 출생. 도쿄 영주.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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