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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연합취재③>지역에서 브랜드 만들고 지역민이 소비한다
3. 슬로푸드 발상지는 시골마을 브라
2016년 11월 15일(화) 09:37 [영천시민신문]
 

↑↑ 미식과학대 전경.
ⓒ 영천시민뉴스
한국연구재단(NRF)이 지원한 연구과제 ‘탈산업화에 따른 선진 공업도시의 지역재생정책 연구(이탈리아의 자동차도시 토리노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서구 선진 공업도시들은 산업화로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여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의료산업 등을 적극 유치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토리노는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토리노는 전통적 공업지역인데 문화도시로 도시재생을 이뤄낸 대표적 글로컬 브랜드 성공사례로 주목받는 도시다. 지역에서 브랜드 만들고 지역민이 소비를 해 주면서 외지인들이 이곳을 찾아오게 만들었다.


◇슬로푸드 축제 100만명 참가

↑↑ 슬로푸드협회 빠올로 디 크로체 씨.
ⓒ 영천시민뉴스
토리노 인근의 조그만 시골마을인 브라에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있다. 1986년 이 마을에서 지역별로 특색 있는 전통음식과 식문화를 지키자는 슬로푸드운동이 시작됐고 현재 세계 150개국에 협회가 있다. 사무실로 들어가는 건물입구에는 이곳이 국제협회가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우편함에 적힌 슬로푸드라는 단어가 전부다. 국제단체라는 위상보다도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자긍심에 방점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2년 마다 브라에서 슬로푸드축제가 열리며 올해(토리노에서 개최)는 10회째인데 5일 동안 1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축제가 농촌지역으로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에만 슬로푸드의 철학을 가진 가게들이 1500여개가 된다. 인증업체는 회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슬로푸드책자에 업체 리스트가 들어갈 뿐이다.
협회에서 일하는 빠올로 디 크로체(46) 비서는 “세계 각국에 150개 협회가 있는데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김치하면 한국인데 요즘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좀 부정적인 것 아닌가. 옛날 한국에서는 차를 마시는데 지금의 한국 젊은이는 커피를 많이 마시니까 중요한 것을 계속 잃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음식에서 중요한 것은 나눠먹는 문화이고 야채 과일 사찰음식 비빔밥 김치 등은 굉장히 소중하다”라며 “슬로푸드는 역사적으로 그 나라가 갖고 있는 음식에 대한 문화를 그대로 유지해 주고자 한다. 음식은 맛있고 건강에 좋아야하고 생산한 사람이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슬로푸드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가 2004년 이곳에 설립한 미식과학대는 슬로푸드의 3가지 철학이 녹아있다. 학교내에는 호텔과 와이너리가 있고 와인판매장도 마련돼 있어 누구나 구입이 가능하다. 대부분이 유학생이고 사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졸업장은 음식업계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된다. 이 대학 학생들은 음식을 글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음식문화 탐방을 통해 식재료가 어디서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먹게 되는지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홍보담당인 빠올로 씨는 “매주 유명한 요리사들이 대학에 와서 직접 요리를 하고 그 음식을 학생들이 먹을 수 있다”라며 “유명한 요리사가 아니라 음식을 아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고 했다.

◇3대째 파스타 식자재 생산

ⓒ 영천시민뉴스
슬로 푸드협회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은 3대째 파스티피치오 볼로네제(Pastificio bolognese)라는 파스타를 만드는 재료를 생산 유통하는 글로컬브랜드 업체다. 이 업체는 1949년 창업한 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다시 손녀로 3대를 이어오고 있는 회사다. 20여명 직원이 90여종의 파스타 재료를 생산한다. 각 식당에서 주문하는 양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지만 하루 1200㎏ 정도 생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전역의 파스타 음식점에 납품해 연매출 150억원 정도 올린다.
이 회사의 특징은 파스타의 원재료가 되는 식자재를 지역에서 모두 구입한다는 점이다. 또 지역에서 오랜 자부심과 슬로푸드의 철학을 갖고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이 지역을 넘어 이탈리아 전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 파스타업체의 크리스티나 무짜랠리 씨.
ⓒ 영천시민뉴스
공동경영자인 크리스티나 무짜랠리(여·50)는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원자재를 구입한 후 여기에서 다시 가공한다.”면서 “외국의 유명 요리사들이 우리가 만든 식자재를 주문해서 사용한다.”고 자랑했다. 토리노 지역에서 오랜 전통과 자부심으로 슬로푸드의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지역의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이탈리아에서 가장 전통적인 맛을 낼 수 있는 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68년째 커피원두 가공 판매

↑↑ 커피점을 운영하는 빠오로 다모소 형제.
ⓒ 영천시민뉴스
카페가 최초로 시작된 곳이 이탈리아다. 토리노 시내 중심에서 66㎡(20여평) 남짓한 가게 한편에 커피를 볶는 기계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1948년 문을 연 ‘또래지오네 카페테리아’에서는 커피와 쿠키를 직접 생산 판매한다. 그 외에 가게에 진열 판매하는 초콜릿 와인 등은 다양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한 주인의 배려다. 매장에는 총 4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동생은 커피, 형은 타 제품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주 종목인 커피판매로 연 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장수가게의 비결은 역시 맛 좋은 커피로 이 지역 주민들의 카페문화에 녹아든 대표적 글로컬 브랜드사례다. 이 지역 주민들은 동네 카페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 하는 사랑방 같은 존재다. 정체성 없이 대형 프랜차이즈가 속속 입점하는 우리의 지역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가 글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주인인 빠올로 다모소(64)씨는 60년 넘게 이어온 배경에 대해 “품질이 좋은 생두를 구입하고 여기서 직접 볶아서 커피전문점에 판매한다.”며 “생두는 이탈리아 제노바, 뜨리에스테에서 생산된 생두다.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마니아로부터 최고의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갖춘 농가 와이너리

↑↑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루까 발비아노 씨.
ⓒ 영천시민뉴스
토리노 외곽 시골마을에 위치한 농가형 와이너리(포도주 만드는 양조장)에는 전통을 유지 보존하면서 현대적 최신시설을 갖춘 와이너리가 있다. 1941년부터 3대째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발비아노 가문.
루까 발비아노(34)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부인과 함께 고향마을로 돌아온 젊은 귀농인이다. 1900년부터 토리노 지역에서 재배했던 프레이자(freisa)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레지나 포도밭은 유일하게 토리노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
2014년에는 이 같이 시내에 위치한 포도밭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탈리아 토리노,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비엔나 3개 도시의 와이너리와 협약을 맺고 유럽 네트워크를 구축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와이너리의 내부는 옛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리모델링을 거쳐 최신 와인제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아버지와 부인, 인부 2명이 6ha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매년 넘버링이 된 한정판 4000여병과 이외에 1만병을 생산하고 있다.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서면 1500개의 포도 관련 소품이 전시돼 와인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2년 전부터 오랫동안 수집해온 600여개 장난감을 응용해 와인병 스티커에 그림을 넣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규알 코드에는 이곳 와이너리와 관련 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또 이벤트를 열어 손님을 초대하거나 기업체 연수에 대여해 주기도 한다.
루까 발비아노 씨는 “정부지원은 전혀 없다. 돈을 번다는 것보다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영천지역 와이너리 농가의 발전방안을 묻는 질문에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직접 시험해 보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설명을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장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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