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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유산 재발견 6 신비의 사찰 백흥암>
1년에 두 번 일반인 참배 허락… 조선시대 왕실의 수호사찰
조선중기 최고의 사찰구조
2017년 03월 07일(화) 12:49 [영천시민신문]
 

↑↑ 참선객들이 백흥암 극락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3일 백흥암을 찾았다. 은해사를 지나 신일지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길. 오른쪽은 운부암이라는 이정표를 뒤로하고 왼쪽 산길을 따라 잠시 올라가니 산속 청정도량인 백흥암의 보화루가 고상한 풍채를 자랑하며 서있다.
백흥암은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1년에 사월초파일과 칠월보름 백중일, 두번 문을 열고 일반인의 참배를 허락하고 있어 항상 신비에 싸여있는 사찰로 유명하다.
백흥암의 극락전이 보물 제790호로 지정되어 있고 극락전의 아미타 삼존불을 받치고 있는 수미단(수미단)은 보물 제486호로 지정되어 있다. 책이나 많은 자료를 통해 읽고 들었으나 필자도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 수백 년 전 사찰의 역사를 대할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평소에 굳게 닫혀있는 보화루 누문을 지나쳐 옆문으로 들어갔다.

↑↑ 원주 동욱스님이 수미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이날은 대중 참선모임인 ‘선림회’가 한 달에 한번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날이라 나를 청해주신 보살과 함께 그 자리에 동참할 수 있었다.
부처의 미소와 닮은 선원장 스님이 은은한 향을 방안가득 채우며 녹차를 우렸고 절 방에서 맛보는 차는 유난히 향이 진해서 입에 대기도 전에 향기에 취하는 듯했다. 연세 지긋해 보이는 스님은 34년 전 백흥암에 들어와 지금에 이른다며 “전기가 없을 때는 도량에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요함이 있었다. 정적 속에서 차를 다려 마시면 온정신을 집중할 수 있어서인지 차의 향기와 맛이 온몸과 정신에 배여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다례로도 수행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미소 지으니 그 말씀이 충분히 와 닿았다.
선원장 스님이 불러준 원주스님과 극락전에 입장했다. 그리 넓지 않은 법당은 면적보다 천정의 높이와 단청모양, 고색창연한 조각과 색감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부처를 받치고 있는 수미단은 목조불단으로 높이 125cm, 너비 413cm크기라 한다. 앞쪽은 상하대 각 1단과 중간 대 3단(천상, 수중, 지상세계)의 5단으로 구성, 단마다 5개로 나뉘어 직사각 모양을 하고 있다. 천상을 나타내는 1단은 봉황 공작 꿩 학을 배치, 2단은 수생동식물이 주를 이뤄 황룡을 중심으로 잉어가 용으로 변하는 용어 인어 물고기 거북 등을 조각, 3단은 지상을 나타내는 쌍사자 천마 기린 코끼리 해태 등이 정교하게 조각되었고 가장 아래 단은 가운데 용, 가장자리에 도깨비 형상이 조각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동물과 꽃, 구름 등 30여 가지 문양을 지니고 불교뿐만 아니라 유교나 도교적인 색깔도 엿보이는 것이 우리나라 불단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이 손색없어 보였다. 보물로 지정될 만큼 조각기법과 색감이 뛰어나 보였는데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조금씩 색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라 원주스님이 말했다. 법당천정을 올려다보고 삼존불 위의 용조각에 감탄을 연발하니 원주스님은 “삼존불 위 천정은 배의 형상으로 만든 용선입니다. 용머리를 한 배라는 뜻이죠.”했다. 네 개의 탱화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고 많은 시왕을 모셔놓은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산신각이나 영산전이 따로 없고 이 법당에서 모든 법회를 다 올렸기에 시왕님들을 여기 모셨어요.”라며 중후하고 웅장하며 무거운 느낌보다는 밝고 명랑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법당이라 보면 된다고 쉽게 첨언해 주었다.

↑↑ 대중참선모임 선림회원들이 선원당 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조선시대에 백흥암의 승려들은 부역에서 제외되었는데 바로 왕실(인종태실)의 수호사찰이라는 연유에서 승역을 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절에 화재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끌려가 책임을 물어 곤장을 맞거나 혼쭐이 났겠죠.”라 했다. 중종 15년(1520) 훗날 인종임금이 될 왕세자의 태를 절 뒷산 태실봉에 봉안하면서 이곳은 왕실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 크게 번창했었고 정조임금 때의 기록에도 ‘지극히 존엄한 곳이므로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폐단이 있으면 즉시 감영에 보고해 엄벌에 처한다.’고 할 만큼 그 위상이 대단했다.
영천역사문화박물관의 지봉스님은 “조선중기 혹은 팔공산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사찰구조를 지니고 있고 그 안에 아직 해석되지 못한 문화재적인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역사의 보고라 감히 말할 수 있다.”며 “영천지역에 있는 조선의 사찰 건물로 그를 능가할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찰이고 수수께끼와 같은 장소로 연구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 백 년의 역사를 사람의 육안으로만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깨달음을 통해 사찰의 공간을 배치하고 건축했기 때문에 지금의 지식으로써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 당연하므로 눈으로만 보고 그 현상들을 설명할 수 없다. 불국토(부처님나라)에 잠시 들어섰다 나오니 봄 햇살이 더욱 따스하게 공기를 감싸 좋은 기운이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민족의 오랜 역사를 담은 전각이나 문화유산들을 눈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잠시 보류해두고 눈을 지그시 감고 문화재의 어느 한부분에 가만히 손을 대보면 그들이 우리에게 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박순하 시민기자 -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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