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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유산 재발견⑨영천읍성지의 호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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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와선생 흔적 ‘악학습령’ 만나다… 국한문 혼용체 1109수록
보물 제652호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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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3월 28일(화) 11:40 [영천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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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병와 선생이 저술활동을 펼쳤던 호연정의 모습. | | ⓒ 영천시민뉴스 | | 영천시가지를 흐르는 금호강의 북쪽 언덕위에 위치한 호연정(浩然亭). 강의 건너편에 서서 보면 조양각, 창대서원과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있는 정자로 영천읍성지에 포함되는 장소이다. 호연정은 조선시대 학자였던 병와 이형상 선생(1653~1733)이 말년에 기거하며 저술활동을 했던 장소로 병와유고(이형상 유품)가 보관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경북문화관광해설사 전민욱 씨를 동반해 방문한 호연정에서 병와선생의 후손이자 관리자인 이임괄(58) 씨를 만났다.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가지런한 담장 밖에서 바라보니 호연정과 꽃이 만개한 매화나무의 모습이 마치 선비의 단아한 절개를 보는 듯 무척 잘 어울렸다. 호연정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눈길을 잡던 매화나무아래 ‘매형(梅兄)’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돌이 있다. “매화를 좋아했던 이 선생이 매화는 형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놓은 것이다.”라고 전민욱 씨가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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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영천시민뉴스 | | 조경으로 잘 꾸며진 정원에는 병와선생이 평소 좋아하여 여섯 친구(육우단)라 칭하던 국화, 대나무, 매화, 난, 소나무, 연꽃이 모두 조성되어 있다. 시기적으로 지금은 소나무와 대나무가 무성하지만 제 계절이 돌아오면 꽃들이 만개해져서 볼거리에 눈이 즐거울 것이라 말하는 후손 이임괄 씨(건설조경업자)가 선생의 의지를 받들어 새롭게 단을 만들고 조화롭게 꾸미고 가꾼 것이라 소개했다. 현재 정원에 연못(蓮池)은 보이지 않지만 정원 한쪽에 있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는 즈음에 연못을 연상시키기 위한 작은 돌항아리 두 개를 장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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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임괄 후손(좌)과 전민욱 해설사가 보관된 유품을 설명하고 있다. | | ⓒ 영천시민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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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영천시민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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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영천시민뉴스 | | 효령대군의 20대손이며 병와 이형상의 10대손으로 호연정을 관리하고 있는 이임괄(58) 씨는 “최근에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며 병와가곡집(악학습령(樂學拾零))을 대여해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알아보니 그 전시회의 타이틀이 김천택의 ‘청구영언’이랍니다. 병와의 ‘악학습령’이 ‘청구영언’보다 수록된 시조수가 훨씬 더 많은데 그 전시회를 빛내기 위해 이 자료를 끼워 넣는다는 것은 자손으로서 조상께 민망스러운 일이라 생각해 거절했어요.”라 털어놓았다. 그에 대해 전민욱 문화관광해설사는 “병와선생이 자필로 기록한 저서는 악학습령이며 병와가곡집이라도 칭한다. 병와연보에 따르면 편찬연도는 1713년(숙종 39)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교과서에서 청구영언이 현존하는 최다 시조작품수록집이라 익혔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병와가곡집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었나 보다.
호연정 내의 유고각의 ‘이형상 수고본’은 모두 10종 15책 필사본으로 ‘탐라순력도(국립제주박물관 소장)’가 제주도로 가게 되면서 9종 14책이 현재 보관돼 있다. 바로 보물 652호인 이형상의 수고본이 소장되어 있는 것이다.
몇 단계로 문을 열어야 하는 철통보안의 유고각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는 평소에 늘 글을 쓰고 자료를 모아두었다가 책으로 엮는 일을 취미삼아 하셨던 것 같아요.” 라며 “탐라순력도도 제주목사를 지낼 때 직접 섬을 돌면서 기록물로 만들고 그림을 그려 낱장씩 가지고 있다가 영천에 머물면서 책으로 엮어낸 것이라 봅니다. 그 내용과 그림이 섬세하고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보물이 되기에 충분했죠.”라 첨언했다. 선생의 자화상을 찍어둔 사진을 보며 “그림에도 소질이 있었다는 것과 자신의 얼굴을 그리며 실물을 가상이나 꾸며 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이기도 하다.”는 이야기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유고각 내부의 금고에는 병와선생의 유품이 다량 보관되어 있었다. 이 씨는 큰 궤짝을 하나 꺼내서 흰 천으로 겹겹이 싸인 보물, ‘악학습령’을 조심스럽게 보여주었다. 책은 국한문 혼용체이며 가지런한 글씨체로 촘촘히 적혀있고 시조로써 1109수의 방대한 작품이 수록되어있는 매우 귀한 자료이다. “왜 값어치가 있는가 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작자미상 작품들의 작자를 알게 해준 자료라는 점이 있어요. 기생들의 작품도 이름이 적혀있어 알려지게 된 것도 많습니다.” 라는 설명을 들으며 책을 넘겨보니 목차에 임금의 이름과 당대 훌륭한 선인들의 이름도 적혀있었다. 기생 황진이 외 14명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고 그들의 작품이 모두 책에 기록되어 있어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율곡 이이선생의 ‘고산구곡’이라는 시도 읽어볼 수 있어 반가웠다. 다른 책 한권을 펼쳐 보이며 “할아버지가 역사, 무역, 지리 뿐 아니라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셨어요. 모두 200여권 이상의 책을 남기셨는데 조사를 하다 보니 이 음악책이 가장 깨끗하게 보존되었더라고요. 아마 우리 집안에 음악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깨끗이 남지는 않았겠지요.”라 후손이 말하며 웃는다. 가지런하고 아름다운 글씨체에 범어까지 곁들인 음악서적 또한 전자도서로 만들어져 연구자들이 원한다면 볼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고 소개하며 제주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한 ‘남한박물’지 또한 귀한 자료라고 전했다. 병와 선생이 생전에 즐겼던 거문고와 옥피리, 인장도 보여주었다. 인장 보관 궤를 열어 하나를 꺼내보니 직육면체모양의 도장 여섯 면에 모두 다른 그림과 글자가 아름답고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무척 창의적이면서도 섬세한 병와선생의 성품이 엿보이는 부분들이다. 선생이 남겨놓은 유품은 인장, 호패, 거문고, 홀, 옥피리, 칼, 표주박, 벼루, 화살, 관자, 고서, 문집초고본 등 종류와 양이 많아서 모두 자세히 보려면 하루로는 어림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후손 이 씨는 “지난 겨울 지역 여고생이 서울대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인문학활동을 하고 최종면접에서 병와선생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역사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죠. 마지막 면접을 앞두고 찾아와 여러 시간 재설명을 하고 준비를 많이 하더니 최종합격하게 되어 제 일처럼 기쁘더라고요.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알고 자신 있게 발표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라 말했다. 문화재를 유지 관리하는 것에는 많은 분야에 어려움이 따르고 특히 가장 큰 경제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적 여건이 뒷받침되어 전시공간이라도 있거나 혹은 영인본이라도 만들어둔다면 시민 누구라도 찾아와 귀한 자료들을 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이렇게 면포에 꽁꽁 싸여 금고 속에 감춰 두기만 한다면 그 역사성이나 가치적인 의미가 쇠퇴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리가 보존하고 있는 역사적 장소 혹은 유물들이 시민들 속에 함께 자리하고 호흡하면서 시민들의 생활 속에 늘 살아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닐까 사색하게 되는 문화의 재발견현장이었다.
- 박순하 시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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