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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유산 재발견⑩ 지방민속문화재 완귀정>
학문 높은 선비의 교류장소… 지역 문예부흥 꽃피운 가문
완귀 안증 선생의 정자
2017년 04월 04일(화) 10:25 [영천시민신문]
 

↑↑ 강 건너편에서 보이는 완귀정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 영천시민뉴스
도남한우단지 입구로 들어서 도남교를 두고 반대편 북안천변 절벽위에 자리한 정자의 풍광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이곳은 지방민속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된 완귀정(玩龜亭)이다. 광주 안 씨 완귀공파 후손의 수백 년 세거지로 일제강점기 전후에만 해도 100여 호가 넘는 집성촌으로 번성했기에 도동 안 씨 동네로 불려오기도 했다. 마을 입구 천변 언덕에 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정자가 지녀온 세월을 자랑하듯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사진은 좌로부터 14대손, 전민욱 해설사, 15대손, 16대 완귀공파회장, 안재준 씨, 최광해 신입해설사가 완귀정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지난 3월31일 찾아간 완귀정에는 광주 안 씨 완귀공파 안재필(84)회장과 16대 후손 안재준 씨, 15대 후손 안무치 씨, 14대 후손 안병락(77)씨, 그리고 전민욱 문화관광해설사가 함께 정자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안병락 씨가 인근에 살면서 정자를 돌보고 있다고 한다.
대문 안 바로 맞은편 건물에 식호와(式好窩)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이 집은 유림과 자손들이 모여 기숙을 하면서 책을 읽던 곳이라 설명했다. 집안 내부 낮은 담너머 우측건물이 완귀정이다. 전민욱 해설사는 “완귀선생이 높은 벼슬을 한 것은 아니고 조정에서 형조의 일을 맡아볼 때 을사사화가 발발해 선비들이 사사되고 스스로 신변의 위협을 느껴 낙향해 호계 언덕위에 정자를 세워 완귀정이라는 편액을 걸고 조용히 지내셨다.”고 설명했다.
완귀정은 조선전기의 학자 안증이 영천으로 옮겨와 1546년에 건립한 살림집이고 1695년 후손 안후정(1659~1702)이 사랑채를 지으면서 안증의 호를 따서 완귀정이라 이름 지었다. 문중회장은 “선생의 처가가 영천이었기에 영천으로 이주해 오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이다.”고 피력했다. 또 “완귀(玩龜)라는 이름은 거북에게서 따온 것으로 세상이 어지러운 시기였던 만큼 위험이 닥치면 머리와 다리를 딱딱한 껍질 속에 집어넣어 꼼짝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거북이의 삶을 닮겠다는 의지로 살아오신 선생의 뜻을 받들고자 지은 이름입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정자의 입구 문 위에 미수 허목 선생의 전서 현판이 걸려있다. 문으로 들어서니 정면에 마루가 있고 양쪽에 방으로 구성되었다. 북·동·서쪽의 문은 들창문으로 되어있어 사방으로 바람이 잘 통해 여름에 무척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주위가 모두 트여있어 바깥경치가 한눈에 들어와 운치를 더했다. 문장가였다면 시 한 수는 충분히 지을 만 했으리라.
내부 천장 벽에는 여러 개의 시판이 걸려있다. 경상우도 유림의 별이라 존경받는 남명 조식선생이 정자에 대한 사운시를 읊은 것이 눈에 띤다. 또 이조판서와 우의정·영의정을 차례로 지낸 아계 이산해 선생의 절구시, 제주목사와 한성부윤을 지낸 병와 이형상선생 서문과 시, 순암 안정복 선생의 시, 훈수와 지수, 양수 선생의 시 등 고명한 선비 10여 명의 시판이 즐비하게 걸려있어 학문 높은 지역의 선비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교류했다는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큰 시판에는 완귀정에서 내다보이는 열두 경치를 찬양한 내용이 적혀 있기도 했다. 정자를 둘러보고 나서 나오는 길에 안병락 씨가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대문에 붙어있는 방의 문을 열어주었다. 디지털잠금장치를 열고 문을 여니 다시 안에 현대식 철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며 하는 말이, “10여 년 전에 금고가 털려 유품을 도난당했어요. 문을 뚫고 들어와 있는 대로 몽땅 훔쳐갔지요. 당시 재력있는 가문으로 많은 서책이 남겨져 있었는데 지금은 옛날에 시집올 때 이용했던 가마와 성재 안후정 선생의 목판만 남아있어요. 지금 남은 유물이 거의 없어 후손으로서 민망할 따름입니다.”라 털어놓았다. 문에는 도난의 흔적으로 훼손된 것을 수리한 자국이 역력했다. 좁다란 금고식 방에는 앵글로 짠 선반이 있고 한쪽에 정돈되어 있는 성재 선생의 목판을 꺼내 보여주었다. 완귀선생 집안의 재력이었다면 더 많은 유물이 있었을 텐데 보존하고 있는 것이 없어 못내 안타까웠다.

↑↑ 영천역사문화박물관이 소장한 완귀 선생 실기.
ⓒ 영천시민뉴스
영천역사문화박물관에 소장된 ‘완귀실기’에 보면, ‘광주 안 씨 영천 입향조인 완귀 안증(1494~1553)선생은 중종35년에 사마시에 합격, 형조 원외랑에 보직된 후 좌랑직에 머물 당시 을사사화로 신변에 위험이 닥쳐오는 기미를 느끼고 낙향했다. 조정이 조용해질 무렵 명종 무신년(1548년)에 문과에 등재하여 세자시강원에 설서 사서 등을 역임했다가 1554년 서울에서 돌아가셨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 14대손 안병락 씨가 안증의 후손인 안후정의 목판을 보여 주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광주 안씨 가문은 입향조인 완귀 안증 이래 영천 남쪽 들녘 도남동 일원에서 지역 기반을 다져오다가 성재 안후정(1659~1702)에 이르러 문중세력이 크게 번창해졌다. 성재는 평소 신진지식인 가운데 한사람인 병와 이형상과 우정을 나누며 지냈고 병와선생이 경주부윤을 지내고 상주로 가고자 하는 것을 이곳에서 함께 문예의 꽃을 피우며 살자고 설득하여 호연정을 지어 이곳에 머무르게 한 지역적 후견인으로서 지역의 문예부흥을 맞게 한 했던 장본인이었다.
18세기 병와선생이 영천에 세거했던 그 무렵이 훈수 정만양 형제와 함계 정석달, 그리고 성재 안후정, 병와 이형상이 서로 학문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했던 이 시기를 문예전성기라고 말하기에 충분한 듯하다.
광주 안 씨 집안(안후정)이 지역의 유력가문으로 자리 잡고 있을 당시 문치를 위해 병와 이형상 선생을 모셔와 자리 잡고 지역의 문학융성을 위해 노력했던 점과 관련 문인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 보게 하는 탐방이었다.

- 박순하 시민기자 -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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