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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세기동안 한우물 판 사람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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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영천 지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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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0일(월) 16:20 [영천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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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를 지키는 한 그루 소나무처럼 60년 혹은 70년 세월 동안 영천의 역사를 묵묵히 만들어 온 이들이 있다. 특별히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만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영천 지킴이들. 그들의 삶은 자칫 과거 속에 머문 듯 보이지만 그러나 그 치열한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지난호 추치과의원, 동아이용소, 대성당에 이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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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50년의 세월을 미용업계에 투신한 이봉학 원장. | | ⓒ 영천시민뉴스 | |
"머리하는값 150원 하던 때였어"
완산동, 자연미용실
국민은행 좌측 2층 건물에 위치한 자연미용실의 내부는 50년 세월이 넘겨다 보일만큼 소박한 공간이다. 거울을 포함한 진열장과 작은 쇼파는 미용실의 역사를 증명해주듯 낡고 정겹다. 50년 동안 이곳 완산동 일대에서 오랜 단골들과 오순도순 삶의 노정을 만들어가는 자연미용실의 이봉학 원장. 커피한잔을 마시며 지나온 삶을 풀어놓는 이봉학 원장의 피부는 일흔둘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하고 활기차다.
이봉학 원장은 열아홉살때 부터 미용일을 시작했고 스물두살 때 자연미용실을 개원했다. 두 세 번 옮겨다니기는 했지만 무려 50년동안 이곳 완산동 부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그야말로 미용업계의 원조이자 미용사들의 대모인 셈이다.
그녀는 "그때는 우리 직업(미용업)이 전문직이었고 돈도 많이 벌었지. 하지만 여자직업 치고 참 힘들고 고된 직업이었어. 지금이야 전기고데기가 나오고 성능 좋은 드라이기 들이 많지만 옛날에는 고대기를 연탄불에 달궈서 썼어. 머리하는 값이 150원에서 300원 정도 하던 때였으니까. 그땐 영천에 미용실이 3개밖에 없어서 직원을 여러명 두고 새벽 7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말 열심히 일했어. 헝클어진 머리를 한사람 한사람 깔끔하게 만들어 집에 돌려보낼 때는 참 보람이 있었어. 돈만 보고 했다면 몸이 아파서라도 못했을거야."라며 즐겁고 보람된 마음가짐이 힘든 미용일을 50년 동안 이어오게 만든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아끼는 보물이 있다면 보여 달라고 부탁하자 서랍을 열고 신문으로 겹겹이 싸인 뭉치를 풀었다. 그곳에는 날이 날카롭게 선 가위도 있었고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한 손때묻은 낡은 가위도 있었다. 이 가위들이 오랜기간 동거 동락하며 사람들의 머리를 다듬어준 이 원장만의 보물들인 셈이었다.
일흔이라는 나이에도 마야병원, 나자렛집, 파티마병원 등지를 다니며 주기적인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봉학 원장은 WD참피온쉽 마쿠라하리멧세기념 이라고 적힌 15년 전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거기에는 이 원장의 15년전 모습은 물론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용업계 회원들의 젊은 모습들이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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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과거에 사용하던 대형자물쇠와 소형자물쇠를 보여주는 노재목씨. | | ⓒ 영천시민뉴스 | |
"오래돼 사라진 철물이 이곳엔 있어"
창구동, 영창건재상사
지역상가 중 가업을 2대째 잇고 있는 영창건재(시멘트)상사는 70여 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선친이 운영하던 철물점을 물려받은 영창건재(시멘트)상사 대표 노재목(66)씨는 "예전에 줄곧 쓰이던 물건들 중에는 요즘 들어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며 "오래전부터 조금씩 쌓인 재고품이 남아 있어 여기서는 찾아볼 수가 있다"고 자부했다.
영창상사는 노씨의 선친께서 영천이 시 승격이전 군청을 끼고 한때 번화가였던 중앙동 중심부에 기틀을 마련해, 현재까지 70년 세월을 이어가고 있다.
선친으로부터의 개점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1930년대로 짐작하고 있는 노씨는 20대 초반 인쇄업에 종사하던 중 당시 투병 중이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선친의 작고로 가업을 물려받은 지 40년이 넘었다.
현재 창구동 49-4번지(남문네거리 인접)에 위치한 철물점은 영천이 시로 승격되면서 도로확장공사 등으로 인해 도로 건너편에서 현 위치로 옮겨졌다.
철물점 내에는 오랜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듯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최소형 자물쇠와 곳간용으로 주로 쓰이면서 다이얼 번호를 맞춰야만 열쇠로 열 수 있는 당시 최첨단 자물쇠 등이 놓여 있었다. 내부 구조 또한 앵글로 꼼꼼하게 짜 맞추어 제품 전시대로 사용하는 등 예전에 보았던 친숙한 동네철물점 모습 그대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실내화장실로 통하는 작은 입구에도 출입문 앞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앵글바닥에 바퀴를 달아 평소에는 화장실 입구를 막고 전시대로 사용하면서 필요할 땐 여닫이문처럼 앞으로 당겨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해 빈 공간 없이 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앞으로 철물점운영에 대해 노씨는 "예전에는 이곳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완산동 구 시청주변으로 상가가 형성됐다가 또다시 현 시청주변으로 몰리면서 중앙동은 낙후돼가고 있다"며 "이 지역 일대는 규제(문화재 보호구역) 때문에 건물의 신축 등 생활환경에 변화가 생기기 어려운 실정이라서 하루빨리 균형적인 발전이 이뤄져야 지역 상가들이 꾸준히 성장하며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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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2대에 걸쳐 가업을 키우는 이상훈, 이동훈 부자. | | ⓒ 영천시민뉴스 | |
"장사방식은 아버지와 다르죠"
완산동, 동훈상회
영천시장에는 2대에 걸쳐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많다. 쌀장사를 하는 동훈상회를 비롯해서. 보성상회, 경인상회, 만물상회 등이 그렇다. 2대를 대물림하여 시장을 지켜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현재를 사는 상인 2세들은 가난의 역경을 이긴 선친의 고난을 바탕으로 상인의 모습을 넘어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쌀 잡곡 등을 도매하는 영천시장 안의 동훈상회는 아들 둘 모두 가업을 이었다. 동훈상회를 이끈 부자 이상준씨(66세)와 이동훈(41세)씨의 사업스토리 역시 가난한 일상에서부터 시작한다.
"옛날 영천시장엔 함석지붕에 기둥만 얻은 허술한 상가들이 많았어요. 그 점포 한 칸 없어서 남의 전 옆에 붙어서 장사를 했지요. 처음엔 됫박으로 조금씩 사서 노점에서 팔았어요. 열심히 했는데도 그때는 왜 그렇게 장사가 안됐었던지. 아이들 먹을 것도 아껴가며 살았어요. 살림이 초라해 밤에 이사하기도 하고 빛에 쫓기기도 했지요"
화남면 사천골에서 살던 이상준씨는 스물다섯살 때 부터 현재 동훈상회의 전신인 영천상회를 운영했다. 새벽 4시 기차를 타고 안동 영주일대를 돌며 쌀을 사들여 영천에서 팔았다. 어렵던 장사가 차츰 풀려 994-44번지의 상가를 살 수 있게 되었다. 골목을 걸어들어가야 하는 초라한 상가였다. 창고겸 점포겸 쓰던 그 상가를 팔고 991-15번지로, 991-21번지로, 990-23번지로 옮겨 가기에 이르렀다. 사업이 안정되면서 상가의 위치가 점점 중심가를 향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현재의 동훈상회의 위치에 오게 되었다. 그때 이곳이 곡물시장의 제 일 요지였다.
88년도 사천만원에 산 지금의 동훈상회는 건물규모가 그때보다 몇 배가 늘었다.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은 아들이 그 자산을 여러 배로 키운 덕택이다. 장사의 방식도 아버지와 다르다. 아들은 예천의 정미소를 인수하여 직원을 들이고 직접 가공에 나섰다. 또한 한국 최고의 유통구조인 농협마트에 납품을 하기도 하고 20kg정도를 포장하여 인터넷 판매를 하기도 한다. 옛 유통방식의 쌀 도매상은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동훈씨는 말한다.
"아버님께서 쌀을 구하러 가시면 몇 일동안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어요. 지금이야 교통과 택배가 발달했으니 그럴일이 없죠. 정보화 시대인 만큼 정보가 없으면 사업에 뒤처지게 됩니다. 잡곡은 중국 수입상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환율에 따라서 가격변동이 많습니다. 그 수위를 잘 조절해야 사업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죠."
이상준씨는 "군대갔다온 아들이 갑자기 이 일을 하겠다는 거예요.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저 역시 힘겨운 이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하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만큼 인가를 알기위해 그 힘든 상하차 일을 먼저 시켜봤죠. 몇 년을 묵묵히 상하차 일을 해내더라구요. 함께 몇 년을 운영하다가 12년 전부터 아들에게 모두 물려주었어요. 대신 매연말마다 결산보고를 받는답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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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시민신문을 보면 영천이 보입니다” - Copyrights ⓒ영천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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