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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눈]한의마을에는 영천 한의(韓醫)의 역사가 없다
2019년 11월 23일(토) 19:14 1087호 [영천시민신문]
 

ⓒ 영천시민뉴스
특정지역 한의(韓醫)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그 지역 한의와 관련된 인물을 알아야 한다. 역사성이 담겨진 의술 관련 자료는 그 지역의 한의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영천은 예부터 중풍치료로 유명하고 한약재의 70%가 유통될 만큼 구하지 못할 한약재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에 발맞춰 한방산업의 발전을 위해 예산 370여억원을 투입해 만든 것이 동의참누리원 영천한의마을이다. 그런데 영천한의마을에는 영천관련 인물과 서적에 대해 영천시가 외면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먼저 영천 한의 역사에서 관련인물을 살펴보면, 가장 이른 한의사 자료는 고려시대 1152년(의종6)에 나온다. 영천사람으로 고려의관 이탄지(1086~1152)라는 인물이다. 고려1149년(의종3) 조정의 명령에 의해 지금의 경북 성주에 부임했으나, 병으로 인하여 은해사로 가서 일생을 마친 이탄지는 익양(益陽)사람으로 바로 영천인이다. 고려 1118년, 송나라에서 의관을 파견하자 왕은 이름난 자제를 뽑아 의술을 습득하도록 했는데 이탄지도 이때 선발되어 송나라 의술의 묘법을 터득해 의관이 됐다. 위 문헌만으로도 지역 한의에 가장 빠르면서 중요한 인물로 기록될 수 있다(출처:국립중앙박물관 금석문자료).

조선시대 인물로는 근대 산남의진의 2대 대장이었던 정환직(1844~1907)이다. 의술을 익혀 명성을 얻고 1887년 44세 때 형조판서 정낙용(鄭洛鎔)의 추천으로 태의원(太醫院) 전의(典醫) 벼슬에 올랐다. 1897년 10월, 대한제국이 수립되자 태의원별입시(太醫院別入侍)로 다시 시종관 벼슬에 올랐다 (출처:한국독립운동 인명사전). 한의마을에는 이러한 영천인물 소개가 전혀 없다.
두 번째, 한의술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영천에서 현존하는 가장 이른 한방의서로는 조선 1620년(광해군12)에 개간한 ‘이양편’이 있다. 이 의서는 영천군수로 온 조명욱(1572~1637)이 간행한 것으로 ‘영천군수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영천군에 각수(刻手)들이 있었다. 공무를 보는 틈틈이 판각 작업 한 것이 이제 완성되었다. 우리 집안의 모든 자손들이 모두 인쇄된 것을 보고 허물 않고 잊지 않는 자료로 삼아 준다면 다행이겠다.’라는 간행기의 설명처럼 ‘이양편’은 경북 영천군에서 목판으로 판각되어 인출되었으며 현재 단국대 충남대 국립중앙도서관 한국국학진흥원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양편’의 내용은 조명욱의 선친인 조탁(1552-1621)이 저술한 것으로 욕심을 경계하고 마음과 몸을 기르기 위해 여러 경서와 의서에서 긴요한 글들을 뽑아 엮은 도가양생서이다. 두 번째 간행된 한방서는 약 360여 년 전인 조선시대 1654년에 영천에서 군수 이구가 간행한 ‘수민방(壽民方)’으로 ‘백성을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뜻을 가진 의서다.

영천지역에서는 최초로 구황과 전염병에 관해 필요한 지식과 방문을 싣고 한글로 언해를 붙인 국한문 혼용으로 한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언해를 병기하여 구황서인 ‘구황촬요’와 의서인 ‘벽온신방’을 합본해 간행되었다. 이 책의 소장처는 영천역사문화박물관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귀한 자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동의참누리원 한의마을에는 어느 한 곳도 영천의 참다운 한의역사를 반영한 곳이 없다는 점이 애석하다.
그 이유는 지역의 한의역사를 전혀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용역업체에 일을 맡긴 결과라 보여 진다. 지금 유의기념관 5관에는 ‘수민방’이 소개되어 있다. 소장자로부터 자료를 받아 영인본을 전시해뒀지만 자료제공 혹은 출처에 대한 소개는 어디에도 없다.

최초 계획된 전시콘텐츠가 수정된 것은 2018년 2월 20일 “영천에서 간행한 의서 전시가 필요하다”는 영천문화해설사의 의견이 나왔다. 4월 30일 1차 명상시사회 때 또다시 “영천에서 간행된 한방 관련 고서들을 조명하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문화해설사의 의견이 나왔고 5월 29일 한의마을담당(힐링산업과)와 용역업체는 지역 유일한 한방서를 소개하자고 결정해 단 하나의 아이템을 교체하게 됐다. 모든 한방 역사자료를 영천역사문화박물관으로부터 제공받았으나 결국 수민방 하나를 선택해 소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영천의 한의명소로 만들려는 취지의 한의마을에는 영천한의 역사나 인물이 없는 전시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역사회의 연구자나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정확한 근거와 정보를 취합해 이를 바탕으로 시책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면 오류를 줄이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타 지역의 문화를 영천으로 끌고 와서 내 것처럼 활용할 것이 아니라 영천지역의 다양하고 우수한 문화에 대한 연구와 발굴을 통한 활용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박순하 시민기자  smtime@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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