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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어린시절 추억의 청석보(靑石洑)가 그립다
2021년 02월 16일(화) 09:38 1148호 [영천시민신문]
 

ⓒ 영천시민뉴스
팔공산 어느 골짜기에서 내려온 물고랑이 신령천을 지나 이윽고 다다른 이름도 없는 시냇물.
용평들을 키우고 능금밭 과일을 익게 하고 자갈돌밭 속 물새들을 자라게 하고 부드러운 모래톱엔 꺾지 가물치 다슬기가! 이곳은 사시사철 우리들에겐 놀이동산이고 디즈니랜드였다. 어린 종내기들의 호연지기를 키운 곳.

자맥질 오래하기, 홍수나면 건너가기, 물수재비 떠먹기, 나무썰매 타며 불지르기, 수없이 많은 놀이와 추억이 있었던 곳 청석보. 검푸른 바위덩이가 비스듬히 박혀있어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낮잠자기가 정말 좋았던 그곳.

군불을 덥힌 듯 적당히 데워진 네댓 평의 놀이터.

목없는 처녀귀신 이야기에 그믐밤 사과밭 서리엔 등골이 오싹했지만 전리품 무용담엔 밤새는 줄 몰랐던 용평들의 청석보엔 우리들의 둘도 없는 공간이었다.

세월이 육십여년이 지나 이제 지난 내 삶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는 지금 먼저 손꼽히는 장소와 그때가 그리고 그때 같이 했던 그 동무들이 그립고 또 보고 싶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내 소원이 있다면 그리운 내고향 화산면 유성동 청석보에 가서 뙤약볕 내리쬐는 그곳에 가서 물 소용돌이치는 사이다보다 맑고 푸른 보 밑에서 자맥질하다 아카시아 그늘에서 목청 찢어지게 울부짖는 말매미 소리 들으며 한쉼 낮잠.

다시 건너와 너른 청석바위에 드러누워 하늘 쳐다보다가 빨랫감 머리이고 돌아가시는 엄마의 뒷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게 소원이다. 어서 집에 가자시며 앞치마에 손 닦으시는 어머님 모습 그려보며 청석바위에 드러누워 잠들고 싶다.

흰구름이 지나가고 아카시아 잎 하나씩 따고 놀던 말 매미소리 귀전을 때리던 그때의 한여름처럼 가난했던 그때가 그립고 그립다.

현대문명을 아무리 이용하고 수많은 덕을 보고 있다 해도 그 느낌에 비할 수 없음도 아쉽다.
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친구도 이야기 속 등장인물 중 한 종내기다. 차곡차곡 그때의 추억들을 담아 보고 싶다.
바로 올해가 내 나이 일흔, 고향 떠난 지 50여년.

두고 온 전답도 모옥 한 칸도 없지만 언제나 어느 때나 불쑥 찾아가도 반겨줄 이 많을 것 같은 어릴적 고향 마을, 동무들의 어머니, 여동생들의 친구들 그리고 이젠 동네 어른 축에 들어가는 이장을 하는 친구와 면장보다 더 어른들인 우리 친구들이 반갑게 맞이해줄 내 고향.
수려한 산천초목이나 유명한 볼거리가 있지 않아도 언제나 가보고 싶은 1순위인 자동차가 지나가면 먼지나는 신작로와 시골 마을.

그러나 지금 어른들은 모두 떠나고 알아보는 사람 아무도 없이 말 꺼내면 기억 더듬고 누구와 연결해가면 “아~ 그래 그때 그 사람 누구의 아들, 누구의 동생 누구의~” 기억 더듬어 가며 손 잡고 흔들어 줄 고향 사람들. 부족함이 없는 지금의 세대에 살고 있지만 늘 부족한건 고향마을. 어릴적 친구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부족하다.
그래서 늘 생각이 나나 보다.

철없이 뛰어 놀던 종식 기용 신정 대규 장윤 중연 구영 그리고 많은 옆동네 친구들 태희 금연 경화 귀옥이 늘 놀리고 도망가곤 했던 태희 언니 원자 순자 순태….

춥고 덥고 배고팠던 그때의 추억 그때 그 모습이 너무 많이 변하지 말길 바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2021년 1월 14일 광양에서 오식

[독자약력]
·성명 : 권오식
·1952년 영천군 자양면 출생
·화산초·영천중 졸업
·1994~1996년 인도네시아 거주
·2009~2014년 멕시코 거주
·2019년 전남서예대전 입선
·현재 광양시 글님문학 회원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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