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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기획⑬]영천서 생소한 학술연구 회사 운영… 젊은이답게 도전정신 키워
강구민 기억과아카이브 대표
2021년 08월 03일(화) 10:25 1172호 [영천시민신문]
 

↑↑ 강구민 대표가 인터뷰하는 모습.
ⓒ 영천시민뉴스
시민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기억과아카이브’(대표 강구민·38세· 완산동 금완로)라는 회사는 사회 현상을 분석하여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일을 하는 회사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좋은 지식을 잘 모아서 사람을 설득하고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이런 업종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만 있을 뿐, 영천에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아주 희귀한 업종이다. 흔히 학술연구용역 회사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빨리 갈 것이다.

영천도 여타 지자체처럼 학술연구 수요는 많지 않다. 이런 곳에 강 대표는 2018년부터 홀로 서점 공간을 오픈하고 용역 수행보다는 지인들과 동행한다는 식으로 책모임, 기획 워크숍 등을 운영했다.

고향에 돌아왔지만 돈을 주고 용역을 맡기는 문화가 아직은 생소하게 느껴졌기에 연구 사업을 의뢰하는 단체나 기관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젊은 강 대표는 부산대, 경북대 대학원 시절 모두 경제학을 전공하였기에 단순히 단기적으로 문화 사업을 추진한다기보다 지역에서 새로운 생태계 기초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사업을 씩씩하게 펼쳐 나갔다.

↑↑ 강구민 대표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그는 대학원 시절 ‘사회적기업’ 수업과 연구과제를 접하면서 지역 경제와 커뮤니티 비즈니스분야로 진로를 결정했었다. 그렇게 8년간 대구의 연구조사 전문회사에 취직해 기획팀장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우수한 문화사업,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공동체와 대표, 지자체 공무원을 만났다. 그가 처음 참여한 기획 사업은 칠곡군 인문학 마을 조성 사업이었다.

당시에는 그 또한 이런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곳이 생소했지만 기획부터 조사까지 참여하면서 이런 연구와 기획 분야 일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칠곡 사업은 결과적으로 칠곡 할매시집 ‘시가 뭐고(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와 ‘칠곡 가시나들’ 이라는 영화로 이어져 지역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도 30개 이상의 마을이 인문학을 매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전국의 대학생들이 칠곡군을 방문하여 인문학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영천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강 대표는 학생시절 참여한 향토사 동아리 경험으로 인해 고향의 향토사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이 기획하고 참여한 문화마을 사업 등이 잘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정작 ‘왜 내 고향 영천에는 없을까?’, 아니면 ‘과연 시민들이 관심과 역량이 부족해서 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영천에도 수많은 가치 있는 문화유산과 자원, 사람들의 활동이 있는데 이것들을 한데 엮어 가치를 드러내고 시민 스스로가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이 문화연구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계획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지역으로 돌아왔다.

퇴사 직전 그는 ‘달성군 마비정 벽화문화마을’,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등의 문화마을 사업을 계획하였고, 자연스럽게 영천 지역의 ‘가래실 문화마을’과 여타 영천의 문화축제 등을 먼저 돌아다니며 연구자의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 영천시민뉴스

그러던 중 영천에서 ‘문화특화지역(문화도시형) 조성 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전국에서 경쟁이 많았으나 계획에 참여하였고, 경북에서는 영천을 비롯해 영주, 성주, 칠곡, 안동 등 5개 지역만 선정되었다. 현재 4곳은 모두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되었거나 문화도시 준비가 한창이다. 이때부터 그는 혼자 힘만으로는 지역 문화 지형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역의 문화리더, 청년기획자, 예술가 등을 만나는 한편, 본인의 독립 회사를 작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전국의 도시재생 사업지를 돌아다니며 문화영향평가 보고서를 쓰거나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지 커뮤니티 공간 등의 사업타당성 분석을 건건이 의뢰받아 쓰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인근의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 문화도시 계획 수립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금전보다는 공부를 하는 시기로 보냈다고 한다.

2019년과 2020년 매출은 미미했으나 그마저도 모두 타 지역에서 받은 연구사업이었다. 영천에서 받은 연구사업은 없었다. 그는 이전 연구소에서의 네트워크를 살려 대구경북 지역의 마을과 사회적기업 등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조언도 얻고 작은 기획서 일부터 했다고 한다. 2019년에는 용역을 수행하고 마치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하는 단체가 있었는데, 실상 연구비를 지불받지 못하고 후속 연구는 후속 연구대로 흐지부지 해진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강 대표가 얼마나 열심히 뛰고 있는지는 자동차 킬로수를 보면 알 수 있다. 2019년에 5만km,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에도 5만km를 탔다. 그는 누구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밖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주민들과 행정의 시간과 노력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공동체 사업은 절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도 터득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연구소가 점차 알려지자 연구사업도 하나 둘씩 들어왔다. 올해 초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다들 인원 채용을 마다하는 형국에서 기억과아카이브는 경상북도경제진흥원과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의 청년일자리 사업에 지원하여 선정되었고, 2명의 젊은 영천 청년과 2명의 문화분야 전공을 한 대구 청년을 영천으로 주소 이전하여 고용하였다. 이들 청년은 각각 경주도시재생뉴딜 사업 성과평가, 달서구 문화도시 계획 수립 연구, 경북도 청년정책관실의 의뢰로 경북도 청년기업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나머지 한 명은 기업의 고유 사업으로서 영천과 인근지역에서 구술생애사 관련 일을 전담으로 하고 있다.

한편, 기억과아카이브는 대표와 구성원들이 청년 세대인만큼 청년들의 문화와 청년 창업, 자립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경상북도와 지자체 담당자들이 청년정책 및 청년문화 관련 강의나 컨설팅을 요청받고 있다. 청년정책, 청년문화, 청년창업, 도시청년시골파견제 등 개별 사업 전문가는 많지만 실상 지역에서 이들 정책과 사업을 한데 묶는 통합 청년정책을 설계하거나 설명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운 밀양에서는 (경남도) 청년친화도시를 추진하기 위해 30억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청년 자원조사와 컨설팅 제의가 왔으나 강 대표는 우선 영천에서 청년들이 주목받는 일을 하는데 집중코자 정중하게 뿌리쳤다.

비슷한 시기에 청년자원조사 연구를 추진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인구사회학적인 조사를 넘어 실상 영천지역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기업가, 청년농업인, 청년창작자, 청년예술가, 청년리더 등을 분야별로 자원조사하여 발굴하고 이들 개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영동중, 영동고를 졸업하면서 영천의 청년 일반의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강 대표는 ‘청년들의 설 자리를 만들고 청년문화를 매개로 문화, 도시재생, 인구 분야가 통합적으로 엮이는 지역발전 모델을 만들고 싶은 것이 현재의 목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 당사자들의 인구사회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생활양식, 문화적 욕구 등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하고, 실상 처음 몇 년은 이러한 방식이 생소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 정책의 성과가 월등히 높고 좋은 사례도 많다’고 했다.

이외에도 강 대표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구술(口述) 관련 연구이다. 구술생애사는 나이 많은 어르신 등의 생애에서 우러나오는 개별의 역사를 담아 공유하는 연구 분야이다.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라는 북유럽의 속담이 있는 것처럼 430여개의 경로당과 자연마을을 중심으로 평범한 영천 사람들의 생애와 이야기를 기록해 간다면 그 자체로 거대한 역사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도 사례가 없지만, 전 세계에서도 로컬 회귀의 시대에 가장 훌륭한 교육, 문화, 관광 플랫폼 내지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강 대표의 말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 최용석 시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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