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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전설로 무더위 식히자
봉림사 이전에 따른 전설
2009년 08월 24일(월) 16:01 [영천시민신문]
 
본사에서는 무더위를 식히자는 취지로 내 고장에서 내려오는 흥미진진하고 실감나는 전설을 매주 게재합니다. 전설을 읽은 뒤 원고지 2매 내외의 소감문(이메일 smtime@chol.net 팩스 054-333-1244)을 시민신문사로 보내주시면 채택된 소감문에 대하여 상품권을 보내 드립니다.

봉림사 이전에 따른 전설

옛날 영천군 청통면 치일리 은해사 경내에 많은 암자 가운데 가장 심산에 위치한 곳이 국보 1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오백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는 거조암이다.
거조암에는 도를 터득한 스님 한 분이 살았는데 오직 바람과, 동물과 나무와 이야기 하며 생활하던 스님이 하루는 인가가 있는 마을로 탁발을 떠났다.
잠시 쉬기 위해 풀 섶에 앉았다가 일어서려는데 앉았던 곳이 풀 섶이 아니고 조밭 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를 쓰러트린 것이 살생이라고 느낀 스님은 조밭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황소로 변신하여 집안에서 3개월 동안 일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소가 된 스님은 고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영리하여 일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제 할 일을 하여 사람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황소가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자 험상 굳은 사람이 찾아와 석달 전에 잃어버린 소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몰고 가겠다고 말했으나 소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이튿날 또 다른 사람이 찾아 왔으나 역시 소는 움직이지 않았고 소 주인이라면서 찾아온 사람은 5백 명이 넘었다.
3개월이 지나자 다시 사람의 몸으로 돌아온 스님은 지금까지 소의 주인이라면서 찾아온 5백 명을 불러 자신을 따라 성불하라고 타이르자 5백 명 전원이 스님을 따라 도를 깨우치겠다며 입산을 하였다.
수도의 길은 쉽지 않았고 솔잎을 먹으며 살아야 했으며 추호의 잡념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수련을 한 5백 명은 성불하여 5백 나한상(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이며, 범어의 'Arhat'를 음역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부처의 제자를 가리키는데, 성자(聖者)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쉽다)이 되었다.

독자소감문

'범의 미련'을 읽고 - 황은숙(42)

영천 시민 신문에 실린 재미있는 전설 한 편을 읽었다. 영천의 대창면에 있는 오길동 이라는 동네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인데, 재미도 있었지만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주어서 좋았다.
채산을 등진 그리 높지 않은 산에 범과 소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시작부분부터 의구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호랑이가 산 속에 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소가 호랑이와 함께 산 속에 사는 것은 분명 상식적으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정이 든 둘은 부부가 되어 종족을 보존하기를 희망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둘의 염원이 너무나 간곡해서 산신령이 도와주기로 한다. 둘에게 호랑이가 될 것이냐, 소가 될 것이냐 묻지만 둘은 서로의 모습이 되기를 거부하고 전혀 다른 동물인 '말'이 되기로 하고 뱀만 먹어야 한다는 조건도 수락한다.
단군신화 이래 등장하는 우리의 산신령은 참 심술 맞다. 호랑이와 곰에게 쑥과 마늘을 먹여 호랑이를 미치게 만들더니, 이젠 소와 범에게 뱀을 먹으라고 시키다니 심술도 보통 심술은 넘는다. 이 심술은 시지로 둘 사이를 가라놓게 되고 비극을 야기하게 되는데, 우리의 부부라고 별 다르지 않으니, 그 또한 이 전설의 묘미이다.
시간은 흐르고 당연히 소는 미치기 일보지전인데, 설상가상으로 마을에서 올라와 길을 잃은 또 다른 소를 보게 된다. 두 소는 호랑이의 집요한 소망을 죽음으로 갚아주고 마을로 가버린다는 내용이다. 어찌 호랑이가 미련이 없을 것이며, 한을 품지 않을까? 범의 미련과 한은 바위로 변해 마을에서 범의 영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내주기까지 마을의 소가 한 마리씩 죽아 나갔다는 이 전설을 읽으면서 나는 진심으로 감탄을 했다. 우리의 '부부'라는 관계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부란 범과 소처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두 사람의 결합이다. 그러니 서로의 모습을 완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둘의 합의 하에 중간 단계의 타협점을 찾아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관계이다. 소와 범이 서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전혀 다른 동물인 '말'이 되기로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타협점은 어느 한쪽이 부당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위기가 오고, 그것이 무엇이라는 깨달음이 오는 순간 그 관계는 지속되지 못한다. 분명 뱀을 먹어야 한다는 조건은 소에게 더 부당하고 그 때 본 또 다른 소의 모습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그 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이라고 이러한 복병이 없지 않으니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그러나 그 소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호랑이에게도 그 조건은 소만은 못하지만 부당하고 힘들었으리라는 자그마한 이해의 마음이다. 그것이 결국 비극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부부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부부'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 많은 희생을 하고 노력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만 희생당한다는 억울함이 밀려들 때 부부는 '이혼'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소처럼 어리석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인 그 사람의 어려움을, 억울함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지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작은 시간의 베풂이 '부부'를 지켜내는 힘인 것이다. 이 전설을 읽은 지금 주말 부부도 아닌 월말 부부 정도로 살고 있는 나는 위기감을 느낀다. 호랑이도 또 다른 호랑이를 만나 떠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전화라도, 아니 사랑스러운 문자라도 날려 미리 단속해야겠다. 부부는 이러한 사소한 노력으로 유지됨을 믿는 까닭이다.
전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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