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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뜻깊은 크리스마스
구경미 26세 영천중앙초등학교 병설유치원교사
2008년 01월 14일(월) 15:19 [영천시민신문]
 
한 달여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서해안 기름 유출 사건…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심각한 현장, 눈물 나는 어민들의 하소연…
'가고 싶다, 돕고 싶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봉사를 마음 맞는 선배와 함께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도 더욱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 우린 12월 23일 밤9시 태안으로 향했다.
초행길인데다 한밤중이라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내비게이션과 지도에 의지해가며 간신히 5시간 만에 태안 땅을 밟았다.
새벽2시가 넘은 시각, 숙소를 잡기가 쉽지 않아 한 모텔을 들어갔더니 꽤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것이었다. 그것도 마지막 남은 방 하나가 특실이라며…
우린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며 가격 흥정을 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장시간 운전에 지친 우린 일단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했기에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24일 아침 7시에 기상하여 컵라면 하나로 아침을 때우고, 복구가 덜 되었다고 하는
태안 파도리를 찾아 갔다.
8시 30분쯤 마을로 들어섰으나, 태안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멀리서 봉사하러 왔건만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이왕 좋은 일 하려고 왔으니 좋은 기분으로 시작을 했다.
방제복과 장화 등은 자원봉사자들이 한 번 쓰고 버리고 간 것들을 재활용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역시나 그 물품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우린 몸에 맞는 방제복과 장화를 골라 신고, 챙겨간 면장갑, 고무장갑, 마스크 등을
착용한 후, 수건이 든 포대를 받아들고서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파도리는 이미 복구가 된 것인지, 텔레비전에서 봤던 해안의 심각한 기름띠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거뭇거뭇한 바위와 돌들은 우리네를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의욕이 넘친 우리는 거리가 많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바위를 닦기 시작했다.
바위에 굴 껍데기가 잔뜩 붙어있어 수건의 실이 걸리며, 바위를 문지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거의 한 시간 동안은 요령 없이 무작정 닦기만 했더니 능률도 오르지 않고, 힘만 들었다. 닦아내도 닦아내도 끝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중 기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검은색 반짝이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름만을 골라 닦으니 하얀 수건이 금세 정비소 수건처럼 검게 변해 버렸다.
요령을 알고 나선 검게 변하는 수건에 희열을 느끼며, 쉬엄쉬엄 하라는 선배의 말도 들리지 않아,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닦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선배가 ꡒ경미야, 너 바지 찢어졌다. 하하ꡓ 그러 길래 바지를 봤더니 정말
방제복 바지의 양쪽이 심하게 찢어져 있었다.
방제복을 갈아입으려 먼 곳을 또 걸어 나갔다. 간 김에 화장실도 들르고 새 방제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향하는데!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다.
12시가 가까워왔고,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허나 무심한 파도리 주민들, 자기네끼리 어묵과 라면을 삶아 먹고, 간절한 눈빛을 보냈건만 우리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힘없이 터벅터벅 다시금 돌을 닦으러 갔다. 챙겨갔던 초코파이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힘을 내어 열심히 기름을 닦아냈다.
2시가 가까워오니 물이 차오기 시작했다. 물이 금세 불어났기 때문에 조금 위험했는데 물이 들어온다고 방송을 해주지도 않았고, 우리가 알아서 나와야했다.
바다로부터 조금 나와서 작은 돌들을 닦으니 밑 부분의 손이 안간 곳은 기름 덩어리도 묻어 나왔다. 돌을 뒤집으며 닦았더니 손목에 무리가 왔는지 시큰거렸다.
막바지라 더 열심히 돌을 닦고 있으니, 강원도 춘천에서 오신 아주머니께서 우리보고 기특하다며 가져오신 떡을 나눠 주셔서 감사히 먹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의 봉사를 마치고 마을 쪽으로 갔더니, 삼삼오오 모여 젊은이들이 라면과 빵 등을 배식 받기에 우리도 맛있게 얻어먹었다.
저녁밥 먹으면서 코피까지 쏟은걸 보면 정말 힘들긴 했나보다. 그래도 그 어느 때 흘린 코피보다 값지고 뿌듯했다.
다음 날 하루 더 하고 오고 싶었으나, 먼 길을 와야 했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태안을 떠나왔다.
서해안이 완전히 복구가 되려면 한참 멀었고, 무인도가 많다고 들었는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섬 쪽을 알아보고 갔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많이 든다.
너무나도 짧은 일정이라 많은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크리스마스를 뜻 깊게 보내 행복한 봉사활동이 된 것 같다.
정말 인간 띠의 기적으로 기름띠를 모두 없앨 수 있으리란 희망과 함께 어서 빨리 싱싱한 굴과 조개를 맛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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