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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오직 구두만 바라봤어요”
한영광 구두기술자
2011년 09월 03일(토) 11:06 [영천시민신문]
 

↑↑ 앉아서만 작업이 가능한 좁은 공간에서 한영광 씨가 숙녀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 영천시민뉴스

“구두가 안쪽으로 닳으면 성실한 사람입니다. 신발 뒤축만 보아도 그 사람의 걸음걸이와 성격이 보입니다.” 영천시 야사동 영천고등학교 초입 가로 2m 세로 1.2m 의 좁은 박스 주인 한영광(59)씨. 그는 초등학교 졸업이후 지금까지 45년 동안 오직 구두 기술자로서의 외길 인생으로 평생 남의 발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갈라지고 거친 굳은살의 두 손과 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눈감고도 구두 밑창을 끌 칼로 쉬이 잘라내고 발 모양의 쇠 작업대에 걸어놓은 신발에 작은 못 박는 일도 시선을 딴 곳에 둔 채로 망치질을 하는 구두수선의 달인이 된 것이다. 정작 본인은 손 가래를 치며 별것 아니라 지만 그를 지켜본 주변의 사람들입이 그를 구두수선의 달인으로 낙점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의 손만 가면 고쳐지지 않는 것이 없다. 모든 종류의 구두 수선과 염색은 물론이고 명품가방의 지퍼, 학생용가방, 슬리퍼, 실내화, 그리고 열쇠수리까지 잠깐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말끔한 제품으로 둔갑한다. 그의 이런 실력이 입소문을 타고 수 십 년간 지속되었고 하나 둘 손님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단골고객의 일감 만으로도 하루 일과가 바쁘다.
1984년 3월 이곳에 안착해 올해로 28년이 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했지만 가정형편상 기술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 구두수선공 이라는 직업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한씨는 이 직업이 부끄럽다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 일로 그동안 가족의 안위를 지켰으며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해온 그만의 텃밭이어서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그에게는 “구두수선이 천직이고 오직 할 수 있는 것 이라고는 이 일밖에 없다.” 며 소탈해 한다.
수선 후 단골고객이 “고맙습니다. 참! 잘되었네요.”라고 칭찬해 줄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한 씨는 인생의 미래, 큰 희망, 거창한 목표 따위는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고객 만족도, 최고의 기술력, 고객은 왕, 등 고품격 마케팅 언어나 입에 발린 미끼용 허드레 용어에도 관심이 없다. 그냥 보통사람으로 주어진 자신의 천직을 하루하루 이어갈 뿐이며 단골고객의 주문에 맞추어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인생에서 한 두 번의 실패나 역경이 있었듯이 한씨의 인생 그래프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의 청년시절 고향인 영천에서부터 부산 그리고 서울까지 구두기술 하나로 전문기업에 스카웃 되기도 했던 그가 고향으로 돌아와 신령에서 그의 첫 사업인 맞춤구두점(당시 서울양화점)을 열었다. 한 2년여 동안 성업하든 중 갑작스럽게 점포 안으로 들이닥친 경운기 교통사고로 인해 그의 아내가 크게 다치는 불운이 발생했다. 그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잃었으며 1년여 후 그의 큰딸이 태어나던 해 그는 또다시 포항 등지로 가족을 위한 가장으로서의 홀로서기를 시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연 이은 실패로 결국 그가 선택한 길이 이곳 영천고등학교 입구 모퉁이 작은 박스가 그의 삶터가 되었던 것이다.
거기다 3년 전 영천고등학교가 주변시설정비를 단행하자 설상가상으로 한 곳에서 구두수선의 외길을 걸어온 그 에게 또다시 25년간 지켜온 생활의 터전을 내 놓게 되었다. 그러든 차 인근의 지인이 한씨의 성품과 장인정신을 높게 평가해 지금의 자리를 내어주었고 오늘까지 한씨는 이곳의 유일한 직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씨는 학교주변 도로가 좁고 또 학생들의 등하교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자신으로 인해 차량통행에도 다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 늘 미안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의 직장인 박스 구두병원은 비가 오면 안으로 비가 들어와 영업을 할 수 없다. “건강이 허락되는 한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는 한씨는 오늘도 83세의 노모(김기현 여사) 와 아내 그리고 두 자녀를 위해 어김없이 오전 9시만 되면 자신의 직장인 네모박스로 출근을 하고 그의 옆에는 50년 된 낡은 수동 재봉틀과 형형색색의 실 그리고 날카로운 끌 칼로 그의 단골들을 맞이하는 장인의 모습으로 앉아있다.
한때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제작된 수공예구두가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절도 있었다. 또 1997년 외환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의 시기에는 구매하기보다는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을 수선하여 재사용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구두수선 사업도 호황기를 맞기도 했었다.
그러나 맨발에서 벗어난 인류가 신발의 궤적을 따라 변천해 왔듯이 언제부터인가 대량생산과 브랜드화의 물결 그리고 우리네 의식구조 또한 현실의 포장에 걸터앉아 쓸만한 것을 재사용하는 것보다 쉬이 버리고 새것을 사는 편리성으로 변모해 왔다.
진정으로 천박한 것은 바로 이런 봉건주의적 사고방식인데도 우리 사회는 턱없이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한씨와 같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장인정신을 곁눈질하고 있지 않은지 쪼그리고 앉자 턱을 괴어 보아야 할 것이다.

- 장지수 시민기자
영천시민신문 기자  smtim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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